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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번역 야설

[일/번]자타공인 빈유인 내가, 남사친의 장난 때문에 가슴을 노출한다. (2)

야판
2022-10-03 04:21 1,99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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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런 느낌의 말랑말랑한 이야기입니다. 복잡하거나 어둡거나 불쾌하거나 한 서사점은 없어요.


 


근데 옮기다 문득 든 생각인데 이거 여성향인 것 같다는 생각이... 여성 화자에 말랑한 서사에 이게 남성향 느낌인지 잘 모르겠네요. 출처가 녹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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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서 케이타와


 


나는 자타공인의 빈유로 브래지어 착용의 필요성을 조금도 느낄 수 없다. '이 납작한 가슴 위를 덮는 천이 대체 나의 무엇을 지키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나의 솔직한 감상이다. 그런 것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한다는 것 자체가 왠지 바보처럼 느껴진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집에 머무를 때는 기본적으로 노브라에 그 위로 얇은 티셔츠를 그대로 입는, 그저 남자 같은 차림으로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밖에서도 마찬가지라, 근처의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정도를 다녀올 때도 물론 귀찮기 때문에 그대로 노브라. 경우에 따라선 아침에 늦잠을 자 버려 속옷 챙겨 입을 시간도 없을만큼 지각이다 싶으면 그대로 티셔츠만 걸치고 학교로 나와 버리는 경우도 있다. 


 


뭐 남자답다고 한다면 너무 좋게 말하는 감이 있고, 실은 그저 거친 성격이랄까, 여자로서의 인식이나 자각이 극단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나는 이성친구인 린타로/ 케이타/ 코우키 3명과 아무렇지도 않게 무리지어 놀고 있었다. 그 3명이야말로 나를 딱히 여자라고 의식하지 않아 아무 걱정 없이 대할 수 있는 편한 사이인 것이다.


 


다만, 그런 3명의 장난스러운 재촉에 떠밀린 나머지 나는 상의 없는 남성용 수영팬티 한장 차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수영장을 들어가는 터무니없는 체험을 해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그중 린타로와는 사람이 적은 깊은 수영장에서 섹스까지 해 버리는 비상식적인 행위도 저질렀다.


 


그런 일을 겪었던 우리지만, 그 이후로 서로의 관계가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서로 남녀의 몸으로 섹스를 해 버린 린타로와도 딱히 특별한 사이가 된 것도 아니다. 무언가 말랑말랑한 분위기의, 종잡을 수 없는 사이 그대로. 우리 네 사람은 그런 느낌의 절묘한 거리감으로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다만, 모든 것이 아무 일 없었던 시절 그대로였던 것은 아니었다.


 


※※※


 


"야. 다들, 이 리포트 끝냈어?"


 


나는 눈 앞의 남자들 3명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곧 학기말 과제 제출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중 가장 넓은 아파트에서 자취중인 린타로의 집에서 함께 과제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아 그거. 그거라면 나는 이미 써 뒀지."


 


그렇게 말하고 케이타는 USB를 노트북에 꽂은 다음 그 리포트 과제를 실행해 내 앞에 보여준다. 케이타는 좀 경박한 부분이 있지만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의외로 성실한 녀석이라 해야 될 과제가 출제되었다 한다면 꽤나 이른 시점부터 신경써 작성해두는 부류다. 듣기론 예전부터 여름방학 숙제 같은 걸 미리 끝내두는 타입인 모양으로, 제출 기한이 눈앞에 와서야 벼락치기로 누군가의 결과물을 베끼는 것이 일상이던 나와는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다.


 


"글자수 5000자 정도로 쓰라고 했었나? 별 관심도 없는 걸 소재로 5000자나 글을 쓰라니 힘들어... 넌 뭘 이렇게 길게 써 둔거야?"


 


나는 무심코 푸념을 늘어놓았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체육계로써, 지금까지 살면서 딱히 공부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다. 스스로의 인생을 모두 육상이라는 청춘에 바쳤기에 그 외의 것은 모두 쓸데없는 장애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철저한 신체의 단련에 모든 것을 바치지 않으면 전국 정상에는 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극단적인 학창생활을 보내온 영향도 있어서, 나의 성적 같은 건 실로 처참한 수준... 이 모임의 소집 자체가 '우리 4명이 협력해 과제를 정리해 끝낸다!'는 거창한 주제를 내세운 나의 의도지만, 실제론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해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즉, 이 모임은 결국 3명이 열심히 한 과제를 내가 베끼기 위한 모임. 이미 작년부터 그런 분위기로 결정되어 흘러왔기 때문에 모두들 그 사실은 납득하고 있다.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는데 말이야. 나츠미가 해 온 분량은 아예 없는거야?"


"아앙?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나름대로 오래 함께해온 사이인데 알고 있는거 아니었어?"


"아하하. 역시 나츠미라면 그렇겠지."


"이자식, 왜 그렇게 당당하냐고!"


"염치라는 게 있긴 하냐?"


 


아무것도 안했다는 사실을 당연하다는 듯 당당히 가슴을 펴고 뽐내는 나를 보며 3명이 태클을 걸어 온다. 물론 내가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는 걸 이 3명은 이해하고 있다. 그런 인식 위에 이런 느슨한 친구 관계가 연결되어 있다 보니 나로서는 그저 편안한 느낌이었다. 


 


그래, 이곳은 나에게 아늑한 곳이다. 동갑인 3명이지만, 마치 본가에서 3명의 오빠들과 함께 있는 듯한 안도감이 들어. 이런 나라도 무리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들.


 


"참 나, 가슴도 하나도 없는 주제에 그렇게 내밀고 잘난 척이나 하고."


 


하며 린타로는 슬쩍 내 젖가슴에 대해 언급해왔다.


 


"흥! 가슴은 없지만 말이야! 젖꼭지는 제대로 잘 달려 있으니까! 그곳은 우러러 보도록!"


 


노브라 나시 차림의, 여자라기엔 무방비라 할 수 있는 모습으로 남자만 3명이 있는 방에 서 있는 나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말은, 달리 보면 다음에 벌어질 신호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니코틴 부족하다. 담배나 피워야지."


 


그렇게 말하고 케이타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오른손으로 쥐고는 일어나 왼손으로 내 팔을 잡았다. 


 


"야, 잠깐. 어엇..."


 


케이타의 리포트를 가져다 적당히 수정하며 내 식으로 바꾸다 농담을 받아치려 잠시 일어났던 나는, 나는 그렇게 녀석과 함께 발코니로 가게 되었다. 


 


※※※


 


나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케이타는 별로 그런 걸 상관없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함께 실외로 나온 나는 순식간에 훅, 하고 덮쳐오는 더위에 놀랐다. 이미 여름의 끝이 다가오는 시기인데도 꽤 덥다. 냉방이 잘 되어 있는 실내와의 격차에 나도 모르게 머리가 띵 하고 어지러워진다. 육상선수였던 고등학교 시절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그렇게나 필사적으로 달렸던 기억을 떠올리면, 고작 몇 년 전의 이야기인데도 젊음은 대단한 것이라고 실감한다.


 


"나츠미도 한대 콜?"


 


케이타는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몇개비 들어 있는 담뱃갑을 내게 내밀었다.


 


"내가 피울 리가 없잖아! 돈도 많이 들고, 건강에도 나쁘고. 장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걸 내가 왜!"


"아하."


 


그건 그렇지, 하고 어딘가 납득하는 미소를 짓고 있다. 마치 자신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끊을 수 없다는 느낌으로 케이타는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케이타도, 담배 끊지 그래?"


"음... 뭐, 여러 가지로 나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뭐, 도무지 끊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


 


전혀 끊을 의지라곤 보이지 않는 긴장감 없는 미소를 히죽, 지으며 케이타는 곧 후우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고등학교 시절엔 맹렬하게 축구선수로서 뛰었기 때문인지, 그때까지는 흡연의 경험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녀석이 대학에 들어와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운 담배에 빠져 여기까지 익숙해져 버렸으니. 정말 담배란 놈의 중독성이란 무섭다.


 


"...저기, 나, 필요해? 나 지금 더운데? 할 일도 많고."


"...혼자 이렇게 있으면 외롭잖아. 같이 수다라도 떨 친구가 있으면 좋고. 그런데, 야. 고작 내 리포트 그대로 베끼는 주제에 바쁜 척 하지 말라고."


"뭐,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나한테 장문의 글을 써 보라든지, 그런 건 무리! 왜냐면 써 본 적이 없으니까! 당연하잖아?"


 


내게 있어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녀석 앞에서 다시한번 당당하게 이상한 주장을 내세운다. 내가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글을 썼던 경험이라면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방학숙제용 독후감일까나. 아니, 생각해보면 그 때 독후감을 제대로 쓰기는 했는지에 대한 기억도 딱히 모호하기 때문에 어쩌면 진지하게 쓴 적이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런 말을 당당한 태도로 하지 말라고! 린타로 말대로 가슴도 전혀 없는 주제에."


"그러니까, 가슴은 없지만 젖꼭지는 제대로 달려 있다 이거야!"


 


아까의 대화와 같은 흐름이 되고 문득, 케이타는 내 납작한 가슴팍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럼, 그 제대로 달린 젖꼭지 보여줘."


"어째서?"


"보고 싶으니까."


"...야. 니들끼리 있을때 서로 젖꼭지 보여주고 그래? 그런 부탁이라니..."


"아니. 나츠미의 젖꼭지니까 보고싶어."


 


정말이지 말도안되게 직설적인 이유다. 보고 싶다니. 그 안에 복잡한 사정 따위는 하나도 들어있지 않고 그저 단순하다고 할까 본능에 충실하다고 할까. 녀석은 욕망이 그대로 반영된 정직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음, 뭐... 흐음."


 


조금 생각한 후, 어이없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리포트 그대로 베끼고 있기도 하고. 어쨌든 신세를 진 건 사실이니까... 여기 덥기도 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댔지만 그렇다고 그 행동의 이유로 합리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내 안에서 그런 행동을 허락해도 좋다는 구실이라면 무엇이든 좋으니 찾고 싶었던 것 뿐이다.


 


나는 입고 있던 나시 티셔츠에 손을 얹고 그대로 머리 위로 들어올려 벗었다.


 


'바스락'


 


노브라라서 나시를 벗으면 그 아래는 맨 젖가슴 그대로다. 내 살갗을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상반신이 태어난 모습 그대로가 되었다.


 


"이걸로 됐어?"


"큭큭, 젖꼭지 서 있잖아. 너."


"어쩔 수 없잖아! 긴장되니까..."


 


발코니라고 하는 장소는, 물론 집 안의 공간이기는 하지만 명백히 구분하면 실내보다는 실외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린타로의 아파트는 6층으로, 교외에 위치한 곳이기 때문에 주위에 딱히 높은 건물 같은 건 없다. 그렇다고 긴장을 내려놓거나 할 수는 없다. 사생활이 확보된 실내와 달리 실외는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바깥에서라면 특별히 이 곳이 보일 일은 없겠지만, 만약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보이는 건물에서 망원경이라도 사용한다면 내 모습을 훤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떨어진 곳에서 보는거라면, 아마 나는 그저 남자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저 담배를 피우는 남자 앞에서, 더워서 상반신을 벗은 남자가 마주 서 있는 정도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굳이 내가 긴장감까지 느낄 정도로 위기상황까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헤. 그럼, 만져도 돼?"


"..."


 


그 말에 나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타는 그런 내 옆으로 다가와, 마치 함께 발코니에 서서 바깥 경치라도 구명하는 것처럼 내 오른쪽에 나란히 섰다. 바깥으로 몸을 내밀면 아래에서 보이기 때문에 그것만은 주의해야 할 거야. 케이타는 물고 있던 담배를 오른손으로 들고 비어 있던 왼손을 내 어깨로 두르더니, 그대로 내 젖가슴에 올려 유두를 꼬옥 쥐어 온다.


 


"수영장 때도 생각했던 거지만 말야. 뭔가 이거 굉장히 진정되는 기분이야. 귀엽고, 말랑하고, 따뜻하고, 쫄깃하고."


"에에?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나는 부끄러움을 속일 것처럼 언성을 높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흥분이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헐떡이는 소리가 새어 나와버릴 것 같았다.


 


그래, 기분 좋은 거야.


 


케이타가 내 유두를 쥐고 주무르는 것이 기분이 좋아. 조금만 방심하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올 것 같다.


 


"나츠미는 말이야. 이렇게 놓고 보면 평범하게 미인이야."


"뭐, 뭣? 무슨 말을 하는거야, 너... 읏!?"


 


익숙치 않은 말을 들어버린 탓일까, 나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참지 못했다. 지금까지 잘생겼다는 말은 숱하게 들어 왔다. 하지만 미인이라거나 귀엽다는, 보통의 여성이 좋아할만한 단어와는 무관한 삶을 살았기에, 그런 말에 대한 면역을 갖고 있지 않은 탓이다.


 


"아니, 뭐 특별히 깊은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고. 평범하게 눈코입. 얼굴이 참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 것 뿐."


"그, 그런 것, 갑자기 말하지 말라고..."


"갑자기가 아니면, 그럼 언제 어떻게 말해?"


 


케이타는 정론을 제시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너무 낯선 말에 당황해버린 나에게 케이타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물었다.


 


"저기, 혹시 키스 같은 거 있잖아. 린타로만 허락한다거나?"


"벼, 별로 그런 것 정해두지 않았어...! 린타로하고 딱히 사귄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린타로와는 그날 이후 그 뿐이었다. 따로 사귄다거나 하는 사이는 아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케이타와 어떤 일을 해 버린다 해도 린타로 쪽에서 뭐라 할 권리는 없다.


 


"그럼 있잖아. 나랑도 키스랑, 섹스 같은 거 할 수 있어?"


"너, 너 갑자기 무슨 말을..."


 


나는 당황해서 녀석에게 눈을 흘기며 방 쪽의 출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무엇을 신경썼던 것인지 문이 닫힌 채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여기 들어올 때 케이타나 내가 저렇게 닫고 왔었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실내에서 우리 쪽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나츠미는 나 같은 남자 따위 별로 안 좋아해?"


"...너 말이야, 그런 네거티브한 소리 하지 마."


 


약간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케이타를 노려보듯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단둘이서 유두까지 만지도록 허락한 내가 케이타를 싫어할 리가 없다. 케이타도 분명 내 그런 생각을 모를 리 없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그런 네거티브한 말 따위랄까, 일부러 스스로를 낮춰 말하는 태도가 난 싫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좋은 점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당당하게 내세워 말하길 바랬다.


 


"왜냐하면 말이지, 이쪽도 두근두근 해서 말이야. 이런 위험한 상황엔 방패막이 정도는 세워놔야 마음이 놓인다구."


 


네거티브한 발언에 의도가 있었던 것처럼 변명하면서, 케이타의 얼굴이 아예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까지 접근해온다.


 


"...담배 냄새."


"싫어?"


"...싫지 않아."


 


천천히 나는 눈을 감았다. 케이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맞닿았다가, 천천히 떨어진다. 입술끼리 딱 맞닿기만 하는 인사 같은 키스. 그러나 그건 시작일 뿐이야. 잠시 한번 떠났던 입술이 다시 맞닿는다. 다음에는 케이타의 혀가 내 입안으로 단숨에 들어온다.


 


"으음..."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따뜻하고 까칠한 케이타의 혀가 입 안에 맞닿아오는 감각에, 몸에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간다. 단순히 키스 한번으로 이렇게까지 예민해진 것은 아니다. 키스에 더해, 이곳이 발코니라고는 하지만 실외에다 상반신을 발가벗은 채로 유두를 상대에게 맡기고 있다는 상황이 더욱 흥분을 짜릿하게 가속해 간다.


 


"후아..."


 


입술이 천천히 떨어져나간다. 입술의 사이에, 얼마나 몰입했는지 질척하게 타액의 실이 이어져 있다. 나는 부끄러움에 거미줄을 털어내듯 그 실을 털어내 버렸다.


 


"자, 다시 한번 더."


 


들고 있던 담배를 아예 버리고, 케이타는 나를 끌어당겨 부드럽게 껴안으며 다시 키스를 해 온다. 휘청거리는 나를 부드럽게 감싸듯 받쳐주면서 얼굴이 다가온다. 입술이 맞닿고 혀가 맞닿는다. 부끄러워진 내가 혀를 피하려 빼도, 케이타는 그것을 허락치 않고 더욱 입 안으로 혀를 넣어 내 혀를 붙들어 끌어당긴다. 까칠한 혀의 표면이 스쳐 올라오고, 쏟아져 넘어오는 타액에서 케이타의 맛이 느껴진다.


 


응. 담배냄새와 케이타의 맛. 싫지 않았다.


 


※※※


 


케이타와 키스를 나눈지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것일까. 체감상으로는 꽤 오랜 시간 한 것 같은 감각이었지만, 어쩌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순간의 일일지도 모른다. 내 스스로에게 벌어지고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츠미. 나 콘돔 가지고 있어."


 


그러면서 케이타는 내게 주머니에서 꺼낸 콘돔을 내보인다 그래서, '뭐라는거야' 하면서 나를 냉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키스로 인해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고 사고가 엉망진창이 되어 바보처럼 흐느적거리고 있는 나로서는...


 


'그걸 가지고 있다면, 그럼 섹스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정말이지 아주 가벼운 수준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응."


 


이미 어느샌가 반바지도, 팬티도 전부 벗겨저 하체를 훤히 드러낸 채의 나는 이미 준비만반의 상태. 언제 날 이렇게 벗겨둔거야...? 그 모습에 맞추듯, 케이타 쪽도 하체를 바쁘게 벗어내리고는 뭔가 익숙한 느낌으로 콘돔을 개봉해 그곳에 씌운다. 그리고는 내 등뒤로 돌아가 서서는, 내 오른다리를 들어올려 그곳을 드러내 잔뜩 발기한 페니스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윽! 하앗... 하아, 아아... 응, 큿... 으응!"


 


마치 개가 소변을 보는 자세처럼, 케이타에게 한쪽 다리를 들린 나의 사타구니에서 '쮸욱' 하고, 이루 말하기 어려운 야하고 끈적한 점착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듯 게이타의 페니스가 삽입된다... 응... 뜨거움이나 딱딱함에 대해서는, 린타로와 동급. 굵기라는 점에서는 뒤처지지만 길이에 관해서는 분명히 케이타 이 녀석이 앞서고 있다...


 


"응, 응, 으응...."


 


바르르, 하고 무릎이 떨려오고, 환희가 전해져 온다. 키스로 충분하게 전희를 마치고 받아들였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몸이 직관적으로 쾌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뒤에서부터 삽입해 왔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조금 안심하면서 나는 한껏 표정으로 쾌감을 표현한다. 아랫배에서부터 누르듯 느껴지는 압박감이랄까, 몸 안의 이물감이 어딘가 기분 좋게 느껴지고 있다. 온 신경이 하복부에 집중되어, 녀석의 맥박이 무서울 정도로 민감하게 몸 속으로 전달되고 있다.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서서히 애액이 흘러내려 콘돔을 쓰고 있는 케이타의 페니스를 적시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


 


"...야. 기분 좋아?"


"흐응... 그, 그런 거 듣지 않으면 모르는거야...? 윽..."


 


그런 질문에는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런 것 따위는 스스로 판단하라고 오히려 핀잔을 준다.


 


다만, 속마음을 말하면 엉망진창 기분이 좋았다... 린타로의 경우에는 충실하게 가득 채워오는 느낌으로 좋았지만, 케이타의 경우에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페니스의 길이를 살려 안쪽 간질간질한 곳을 쿡쿡 찌르는 듯한 자극의 차이가 또 다른 쾌감으로 다가와 내 전신를 적시고 있다.


 


하지만 절대 그런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해 주면 이 녀석은 분명 우쭐해서 으스댈게 뻔하기 때문이니까.


 


"역시 있잖아. 이런 건 남자로서는 굉장히 신경이 쓰인단 말이지? 제대로 기분 좋게 느껴주고 있는걸까 하고..."


"흐응... 그런 간질간질 달콤한 말을 원한다면 확실히 여자친구를 만들든지! ...그런데 너,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 완전 예뻤는데 왜 헤어진거냐... 윽!"


"아, 걔...? 그거는... 바람이지, 바람."


"하아...? 네, 네 녀석... 응... 그, 그런 쓰레기 같은 녀석이었던거...?"


"엥? 너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거야! .바람을 맞았다고!"


"아... 그, 그렇구나... 미안."


 


평소 경박한 모습의 케이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무심코 케이타 쪽이 바람을 피웠을 거라고 생각해 버렸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케이타는 본성은 착실한 면이 있어서 확실히 섣불리 바람이나 피우고 다닐 남자는 아니다.


 


"여자란 건 말이야. 그렇게나 쉽게 상대에게 넘어가 버리는구나."


 


뭔가 케이타는, 마치 그때의 실연에 대한 분노를 내게 토해내는 것처럼, 단단히 발기한 페니스로 안쪽을 쿡 찔러온다.


 


"윽...!"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완전히 엉뚱한 화풀이라고나 할까,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여자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케이타에게는 꽤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헤어졌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때는 다같이 굳이 들쑤시지 말고 놔두자고 해서 별로 사정을 듣지는 못했었으니까.... 어쩌면 그때 다같이 술이라도 마시고 속에 쌓인 불만을 다 털어냈다면 속이 후련해졌을지도 몰랐을텐데.


 


"나츠미. 너, 바람 피운 적 있어?"


"윽..."


"있는거네, 이거. 너 분명 전에 양다리였나? 동시에 만난 적 있다고 이상한 자랑 같은거 했던 것 같은데!"


 


라며, 왠지 분노의 화살이 내게로 향했다. 전 여자친구의 바람으로 실연당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아무래도 케이타 마음 속의 분노가 제멋대로 바람피우는 여자들 전부에 대한 미움으로 바뀐 것 같았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여자는 분명히 남자보다, 이성관계에 있어 좀더 쉬운 난이도를 가지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유력한 전국구 에이스로 모두에게 시선을 모으면서, 털털하고 여성스레 민감치 않은 편한 성격의 여자라면.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의외로 남자들이 그런 느낌으로 말을 걸어오는 건 꽤 잦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경험이라는 의미에서는 꽤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전부 육상에 바치긴 했지만, 그 뒷면에서는 그런 부분의 본능은 확실히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외딴 산 속에서 연습으로 점철된 기숙사 생활 스트레스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스트레스를 강인하게 단련된 남자들과의 섹스로 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양다리 같은 일이 벌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어제의 섹스와 내일의 섹스 상대가 다르다거나. 하지만 생각해보면 조금 다르다. 애초에 그 관계는 사귄다는 의미 자체가 애매한 느낌의 관계성이었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둘이서 교제하자고 말한 것도 아니고,  한 전국구 에이스 남자아이 한 명과 어떤 여성부 부원 전원이 섹스를 해 봤다거나, 그런 경우 앞에서 그걸 사귀었다고 해야 할지 섹파라는 의미의 관계였던 것인지. 조금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단지 서로의 스트레스 풀이용 섹파 정도의 가벼운 관계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당시의 분위기를 전혀 모로는 케이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케이타는 이미, 동시에 많은 이성을 만난다는 행위 자체가 악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으니 내가 아무리 그런 경우가 있다고 설명해주어도 핑계로 밖에 듣지 않을테니까. 괜한 이야기를 꺼내 녀석의 속에 복수심 같은 것이 불타올랐는지, 케이타는 페니스를 내 질벽에 격렬하게 문질러 마치 괴롭히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아, 앗!, 아앗...! 응, 히앗...! 으으...."


 


케이타가 허리를 뺐다가 다시 들이밀 때마다 결합된 부위에서 찰박찰박 안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튀어 발코니 바닥에 얼룩을 만들고 있다. 전해지는 쾌락에 지배된 내 하반신이 마비되어간다. 케이타의 손에 억지로 단단히 고정된 불편한 자세를 받아들이기 위해 두 손으로 발코니의 난간을 붙들었다.


 


"야, 기분 좋지? 나, 꽤 잘 하고 있지? 내가 잘 못해서 버림 받을 정도는 아니지?"


"으응... 너, 너...! 너무 정서불안이잖아! 버림받은 게 아니라 그냥 바람피운 전 여자친구가 나빴던 것 뿐이잖아!"


 


케이타가 뭔가 잘못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바람을 핀 것은 명백히 여자 쪽이다. 그러니 '나쁜 것은 여자 쪽이다, 나는 나쁘지 않다' 라 생각하면 마음이라도 편해질 것이다. 결국 그런 것인데 이 녀석, 무엇 때문에 우물쭈물 이렇게 자신의 문제가 아닐까 불안을 느끼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


 


"그건... 그래도 말이야..."


"아, 진짜! 얼빠진 자식!"


 


나는 몸을 털어 케이타에게 들어올려진 다리를 풀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케이타의 페니스와 나는 서로 연결된 채 그대로다. 나는 안을 꼭 조여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는 느낌으로 발코니 문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녀석은 그 조임에 움찔거리면서도 이끌려 천천히 따라온다.


 


"으, 으왓...!? 뭐야? 무슨 상황이냐 너?"


"그러게. 그게 무슨 꼴이야?"


 


배면입위의 자세로 섹스하고 있는 내가, 가려졌던 발코니 입구의 천을 열고 얼굴을 들이대자, 실내에서 과제 삼매경 중이던 린타로와 코우키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야! 너희들! 지금 빨리 나가서 술 사와! 많이!"


"뭐?"


"케이타 자식이 구질구질 짜증나게 구니까! 빨리 술 먹여서 취하게 해야겠어! 술 먹고 푸념이라도 해서 정신차리게 하지 않으면!"


"어? 어어..."


"꾸물대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린타로와 코우키는 얼떨떨한 얼굴로 허둥지둥 방에서 쫓겨나듯이 나가버렸다. 나는 상체를 들어 다시 발코니의 문을 닫고 돌아왔다. 케이타 녀석 역시 여전히 페니스를 내 몸 안에 묻은 채로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이지... 사내자식이 구질구질하게 굴기나 하고...! 봐! 여기 내 안에서 질질 흘러나오는 액 안보여? 너랑 하는 섹스가 기분 좋으니까 이러는게 당연하잖아!"


 


귀찮은 일이었지만, 상태를 보라고 해 봐야 지금의 케이타에게는 무리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흘린 애액으로 가득 얼룩이 생긴 바닥을 보게 했다.


 


"...어? 어... 그런가?"


"그래! 그러니까 잔뜩 해서 싸 버려! 싸고 술 마시고 떠들다 보면 그런 기억 따위 다 잊어버릴 수 있어! 바람이나 피우는 쌍년 따위 빨리 잊어버려야지! 왜 그런 데 신경을 쓰는거야? 자아! 알았으면 빨리빨리 허리 흔들고! 내 여기저기도 만지고! 키스는? 하기 싫어?"


"어어? 어...? 아니, 그, 그렇지... 좋지!"


 


이곳이 실외라서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어느새 전부 사라져버렸다. 그런 나의 불안감보다는, 지금 이렇게 무언가 정서적 불안감에 침체되어 있는 케이타가 걱정이라고 할까, 빨리 평소의 능글맞고 경박스러운 케이타로 돌아오길 바랐다.


 


"크히이익! 아앗! 하아아앙! 하앗! 아아아아앙! 아앙!"


 


녀석의 마음 속 응어리가 조금 풀렸는지, '쭈왑' 음란하게 질척한 소리를 내며 나의 질 속 깊은 곳까지 페니스가 깊게 찔러들어온다! 방금 전의 망설임으로 나약하게 흔들렸던 허리가 무색하게, 지금은 강인한 남자의 움직임으로 씩씩하게 변해 있었다. 녀석의 입술이 내 입술을, 손이 내 유두를 거칠게 더듬어 와도 나는 기쁘게 받아들여 준다. 나에게 흔들릴만한 젖가슴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격렬해진 케이타의 움직임을 환영해주듯 요동쳐 녀석의 기분을 좀더 끌어올려 주겠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것이 없다. 때문에 그저 녀석이 흔드는대로 몸만 흔들어 줄 뿐이다.


 


"...미안해."


"뭐, 리포트 베끼게 해 줬으니까. 으응... 그 답례 같은 거야. 읏..."


 


케이타의 분위기가 어쩐지 차분하게 돌아왔다는 부분에서, 일단은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다. 다만 녀석의 그 사과가 자신에게 트리거처럼 작동이라도 한 것인지, 그 순간 내 질 내에서 고무 너머이긴 하지만 울끈불끈 하고 사정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내 젖가슴을 만지는 녀석의 손을 꼭 붙잡아 녀석을 받아들여 주었다.


 


"...하아... 고마워."


"좋았냐. 멍청이."


"응... 역시 나츠미야."


"흥."


 


우리는 함께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케이타의 품이 따뜻해서 나쁘지 않다. 여전히 유두를 쥐고 있는 손가락도. 천천히 녀석의 입술이 내게 다가오고, 나는 얌전히 그걸 받는다.


 


"...한번 더 해도 돼?"


"...애들 오기 전까지야. 콘돔 다시 제대로 끼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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